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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을 고른 이유
전시회를 보고 집에 돌아가려던 길에 잠깐 서점에 들렀습니다. 요즘 내 발길이 가장 먼저 닿는곳은 인문학 섹션. 물론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이 있지만, 잘 와닿지가 않습니다.
몇권을 뒤적거리다가 만난 이 책, 처음 보는 책이지만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워낙 걷기를 좋아하는 터라 나의 호기심을 제대로 끌었습니다. 걷기에 대해 과연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걷기의 어떤면을 다뤘을까 궁금했습니다.
또, 철학을 조금은 가볍게 접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들어서 읽고싶어졌습니다.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의 내용과 기억하고 싶은 글귀
책 초입엔 걷기에 대한 개념을 잡아줍니다. 물론 주관적이겠지만, 어느정도 수긍이 갔습니다.
챕터는 27개나 되는데, 걷기의 특징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사실 좀 억지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철학자들의 삶속에서 걷는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나오는데, 이 부분들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의 인생이란게 수없이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을터인데, 일대기나 자서전을 보면 대부분 소소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넣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들을 접하게 되니 조금 친근하게 다가온 느낌이랄까요,뭐 그랬습니다. :)- 1879년 9월에 쓴 편지에서 니체는 이렇게 밝힌다."겨우 몇줄만 빼놓고 전부가 다 길을 걷는 도중에 생각났으며, 여섯권의 공책에 연필로 휘갈겨 썼다네" 그는 세상과 인간들이 내려다보이는 야외를 걸으며 구상하고 상상하고 발견하고 열광했다. 자기가 발견한 것에 놀라워하고,걸으면서 문득 생각난 것에 동요하고 그것에 사로잡혔다. (p.32)
- 걷다보면 '안'과 '밖'이 더이상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고 서로 뒤섞인다. 산과 들을 통과한다고, 숙소에 머문다고 말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날동안 나는 어떤 풍경속에 살면서 그것을 천천히 소유하고 나의 경치로 만드는 것이다.(p53)- 결국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걷기 시작하자마자 즉시 둘이 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걷고 난 뒤에는 특히 그렇다.
내말은, 심지어 혼자 걸을 때에도 육체와 영혼이 항상 그렇게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걷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나와 동행한다.나는 걸으면서 항상 나를 바라보고 나를 격려한다.(p89)
- 걷다보면 모든것이 흡수된다. 끝없이 걸으라.아주 오랫동안 높은 산을 오래걸어 내려갈때는 그것의형태를 몇시간동안 들이마시라.몸이 그것을 밟고 지나가는 흙으로 빚어진다.
그는 더이상 풍경속에 존재하지 않는다.그가 곧 풍경인 것이다. 시간이 붉게 타오른다. 그때 영원성의 감정은 불현듯 현존의 떨림이 된다. 여기서 영원성은 광채가 된다.(p130)
- 소로는 <겨울산책>에서 추운날씨에 걷는 사람을 묘사했다. ' 아침에 얼음처럼 차가운 야외로 나가 흰색 솜을 깔아놓은 듯한 그 광활하고 얼어붙은 풍경 속을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면 몸이 후끈해지는 데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작은 불의 느낌에 행복해지기도 한다.'(p155)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에서 적용할 만한 부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 이사람 진짜 대단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걷기라는, 어쩌면 가벼운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책한권을 쓸 수 있다니 말입니다. 프레데리크 그로가 얼마나 경험이 많고 인문학적인 지식이 풍부한가를 몸소 느끼며 읽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걷기가 나자신과 만나는 것이라고 할때, 작가와 어느정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걷기가 일상의 탈출이라는 말이나, 속도에 대한 망각, 걷는것은 혼자해야한다는 주장 등이 내 생각과 일치했습니다.
그런반면, 이건 좀 억지스럽지 않나하는만큼 걷기에 대한 찬양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습니다.철학자들의 삶속에서 녹아들어있는 걷기가 참 신선했습니다. 걷기라는 같은 활동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사람마다 걷기가 이렇게 다가올 수 있구나 라는 걸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도 있었는데, 철학자들의 세계에서도 행동파가 있고 책상파(?)가 있구나 했습니다.
어느 챕터는 술술 잘 읽어내려가는 가 하면, 어떤 챕터는 한바닥 넘기기가 참으로 어려워서 몇번을 다시 돌아가 읽느라 한권떼기가 참으로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그러나 그 덕분에 더 꼭꼭 씹을 수 있었고, 더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각 챕터의 가장 첫 면에는 주인공인 철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일대기를 적어서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으로 흐를 수 있었고,
특히 작가가 강조하는 문구는 굵게 표시하여 읽기 좋았습니다.
한자로 된 단어도 많아서 드문드문 검색을 하면서 풀이를 했는데, 확실히 한자의 뜻으로 받아들였을때 시원했기 때문에 한자공부에 대한 필요성도 느꼈습니다.앞으로는, 걷기가 나에게도 좀 색다르게 다가올 것같습니다.
무심코 걷는 이 행동이 더 의미있어지고, 이 책내용을 되새기면서 좀 의식적으로 걸어봐야겠습니다.
물론 이책에서는 잡다한 생각없이 그저 걷는것에만 열중하라고 합니다. 한발이 다른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그 자체만을 느끼는 것입니다. 어쨌든 , 마냥 좋다고만 느꼈던 걷기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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